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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9/13 01:47:05
Name Farce
Link #1 아즈텍 제국 소개: https://ppt21.com/freedom/78859 // 아즈텍 창조신화 소개: https://ppt21.com/freedom/80732
Subject [일반] '내가 제국을 무너트려줄게': 아즈텍 멸망사 상편 (수정됨)
안녕하세요. 간만에 아즈텍 이야기로 돌아온 아즈텍 빌런, Farce라고 합니다
링크란에 같이 보면 좋은 예전 글들 링크를 적어뒀습니다.

저는 아즈텍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아즈텍 제국의 이야기는 참 '역사적'으로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역사적'인 맛이 무엇이냐면 바로, 아즈텍과 스페인 정복자 양측이 전부 쟁쟁한 '악인'이라 누가 먼저 잘못인지
함부로 말하기가 참 애매한 오묘한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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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식인귀들의 폭정으로 유지되는 고기제국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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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쪽은 갈취할 황금을 찾아서 머나먼 세계에서 온 정복자들이었습니다.]

이 참으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이야기의 '영웅'이자 '주인공'을 담당하는 에르난 코르테스는
또 이야기를 살펴볼수록 '사악한 이야기에서 특이한 점이 많은 인물'이라는 점도 참 재미있는 파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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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 이세계 용사물 이야기 좋아하시죠? 여기 있습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약간의 각색이 있습니다. 사건순서나 전반적인 전개는 최대한 조사해서 오류가 없게 하려고 했습니다만,
각 등장인물의 내면이나 독백은 당연히 '소설적'입니다. 삼국지가 그러하듯이, 세부적인 동기나 정확한 전개는 다양한 해석이 많습니다.
이건 그 중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드는 한가지 종류로 엮어본 이야기입니다.

당시 스페인은 '레콩키스타'라고 불리는 가톨릭과 이슬람 세력간의 수백년어치 싸움을
마침내 가톨릭 세력의 통일로 마친 상태였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수 많은 퇴역군인들이 탄생했습니다.

스페인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와 옆동네 이탈리아 반도는 이때 레콩키스타 참전용사 출신 용병들이 오가면서
잠시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게됩니다만

이들은 바다건너 새로운 장소가 발견되었다는 말에 전부 그쪽으로 진로를 틀었습니다. 와 '신대륙'!
구대륙의 해묵은 원한들보다는 새로 시작하고 기회를 잡기 더 나은 곳이 분명했죠.

스페인의 지방도시 바야돌리드에서 법원 서기로 일하고 있던 청년, 우리의 에르난 코르테스는
조금 일찍 태어났다면 (이베리아의 이슬람계 사람들을 묶어부르는 말인) 무어인들과 싸우며 전장에서 신세를 고쳤겠지만
살짝 늦게 태어나버렸기에 공무원이 되라는 아버지 말씀을 따른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바다건너 '발견'된 광활한 땅의 이야기가 코르테스의 귀에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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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만 19살에 바로 하던 일을 때려치고 신대륙으로 건너갔습니다]
이미 다른 원정과 모험의 중심지가 된 쿠바에서 마을 서기가 되었고 15년 뒤에는 어느새 총독이랑 경쟁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야 확실히 아버지가 공무원 재능이 있는건 잘 보셨네요. 이제 30대 중반의 나이, 슬슬 뭔가를 이룬다면 이뤄야할 때였습니다.

분명 시작은 법률 문서를 옮겨적는 부하직원이었던 코르테스의 딱봐도 꿈틀거리는 야망을 억눌러놔야겠다고 생각한 총독은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쿠바섬에서 출발하는 한 원정대의 대장으로 임명했다가, '앗차차'라고 깨달으며 복귀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코르테스는 이번 기회에 '탈영'할 계획을 철두철미하게 이미 쿠바 연줄을 다 동원해 완성한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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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배 안에 실은 보트까지 따로 쳐서 11척의 배, 110명의 선원, 553명의 병사, 14개의 다양한 크기의 포와 16필의 군마]
이 모든 것이 코르테스가 시작할 수 있는 첫 자본이었습니다. 물론 함부로 자신의 것이 아닌걸 빌려온 것이었죠.

의외로 우리가 아는 이야기와 달리, 코르테스는 항해를 시작하고서는 아즈텍이 있는 멕시코 고원으로 가지 않았고
쿠바와 가까워서 탐험대가 앞서 있었기에 좀더 익숙한 땅인 남쪽의 유카탄 반도에 먼저 상륙했습니다.

대부분의 '콩키스타도르', 그러니까 스페인에서 넘어온 '정복자'들이 그랬듯이,
이 시기의 코르테스는 전형적인 화승총을 든 양아치였습니다. 배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가다가,
원주민 마을이 보인다 싶으면, 보트타고 내려와서,
'금 내놔, 우리말로 오로(Oro)라고 하거든?'이라고 인질도 잡고 마을도 불태우고
다 털어먹었다싶으면 또 다른 장소로 가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다시 말해 정말 쓰레기 정복자였죠!

심지어 한 유카탄 땅의 한 마야인 마을은 이 무서운 깡패들에게 이것저것 내주는 과정에서
그 시대답게, "20명의 여성을 내줄테니 종으로 부리든 알아서 하시오." 라고 결정하는 일이 생깁니다.
물론 당연히도 마야 사람들은 가장 귀한 사람을 인질로 주겠다 그런건 아니고 자신들도 노예를 부리고 있으니 적당히 준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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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중에 한 여인의 이름은 앞으로 역사책에 코르테스의 (실질적인) 아내, '라 말린체'라고 기록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첫 만남은, 지금와서 따져보자면 좀 웃겼지요. 코르테스는 '분배' 과정에서
말린체를 다른 부하에게 내주고 다른 여자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훗날 그녀가 그 중요한 '아즈텍 제국'에서 왔다는 사신들의 나우아틀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게 밝혀지자
우리 코르테스 대장은 그 부하를 불러서 '야 바꿔가져'라고 말하는, 나중에 뒷말이 나오는 방법으로 말린체를 취했습니다.  

첫만남은 꽤나 둔했습니다만, 말린체는 빠르게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갔습니다.
원정대에서만의 한 여자로서의 자리가 아니라, 역사를 움직일 인물로요.

그녀의 본명과 정확한 가계도는 남아있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스페인 사람들은 그녀가, 아즈텍의 복속된 비슷한 계통의 원주민의 작은 귀족 가문 출신이었으며,  
음모 또는 내분에 의해서 어쩌다보니 노예로 팔려나가게 되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스페인어를 배워서 코르테스와 대화하고 원정대의 유일한 번역자가 될 정도로 똑똑했으니,
새대륙에서 돈이나 벌려는 남자 무뢰배들 사이에서 기품과 예절을 뽐내어 '코르테스의 마님'이 되었습니다.
코르테스 역시 그녀에게 푹 빠졌으며 대화를 즐겼고, 훗날 말년에 교황청에게 '종교적인 절차를 바르게 밟은 혼인이 아니니,
말린체와 제 아들들은 비록 서자되지만, 교황 성하께 올려드리는 이 글에 자세히 소명하고 간구하오니,
상속권과 다른 제반권리가 있는 적자들로 인정해주시옵소서'라는 법률싸움을 진행하게 됩니다.

다만 이름은 일방적으로 붙여준 것이었습니다. '말린체' 자체가 코르테스 일행이 그녀에게 세례 주면서 준 새 이름 '마리나'를
다시 원주민들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이름으로 다시 바꾸어서 부르는 것을 다시 별명으로 굳힌거여서요 (아이고 복잡해라)

결국 역사학자들이 말린체가 도대체 어느 지방 무슨 가문의 영애였는지를 알아내는 것에 실패하면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이 단지 '허풍'이나 '연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습니다만,
분명히 '배운 나우아틀어'를 구사해서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에서 계속해서 활약했던 점을 보면
아즈텍 문명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마야 부족이 어쩌다가 가지고 있을 단순한 노예가 아니였던 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뭔가 사연이 있는게 분명했습니다. 그 사연 중 한가지 무서운 가능성은 잠시 후에 설명드리겠습니다.

자 이제 말도 통하겠다, 퀘스트를 받아야겠죠? 원주민들로부터 공통적으로 전해지는 소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 땅 서쪽에 아즈텍이라는 거대한 제국이 존재하고, 황금이 쏟아질 정도로 가득하더라"
심지어 그 아즈텍이 파견한 '관리'들이 다른 원주민 마을에 떵떵거리고 있는 경우도 많았고,
'우리의 위대한 제국은 돈 많은거 사실인데?'라고 확인도 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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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금 내놔' 양아치들이 그걸 듣고 어떻게 했겠습니까?]  

'숑!' 바로 배를 끌고 아즈텍 제국 근처 해안에 상륙해서는 "나는 제군들을 신대륙에서 제일가는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다!"
라는 유명한 연설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배를 운용할 선원까지 전부 지상으로 끌고와서는,
배를 부수고 물자로 재활용해서 못쓰게 만들어버립니다.
조금 안 풀린다고 '우리 배 있으니까, 도망가자'라는 소리가 안 나오게 만들려는 방법이었죠.
시작은 쿠바 총독 휘하의 병력을 빼돌린 것이었으니까요 크크크.
그리고 앞으로도 증명되었지만, 정말 이번 원정에는 인원 한명 한명이 귀할 예정이었습니다.

자체적으로 추가보급을 하려고 빠듯한 인원에서 쪼개서 새로운 마을까지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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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베라크루즈' 지금도 멕시코의 대도시중 하나입니다.]

혹시나 나중에 내륙으로 들어왔던 군사가 돌아올 안전한 거점,
재보급될 물자를 만들어둘 소중한 장소를 만든 것이었지만 너무나도 장기 계획이었죠.
그러니 그 목적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코르테스는 부하들 앞에서 자신의 법을 기록하는 서기 생활 경력을 살려서,
"나는 우리 스페인 왕가를 위해서 신대륙에 베라크루즈를 만들었다. 나는 더 이상 쿠바 총독의 수하가 아니라,
그와 동등한 존재, 베라크루즈의 총독이다!" 라고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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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장사가 합법된지가 언제인데~ 황제님! 제가 애국잡니다~]

근데 '베라크루즈' 그러니까 스페인어로 '예수님이 매달린 십자가'라는 말은 바다건너 이방인들이 알아서 붙인 이름이고,
당연히 '현지인'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토토낙이라는 사람들이었고, '여기'는 '셈포알라'라는 그들의 도시였어요.
그런데 코르테스의 군대가 셈포알라에 도착해서는 '우리는 아즈텍과 싸우려고 왔다'라고 밝히고,
토토낙 사람들에게 간섭하던 아즈텍 관리 5명을 같이 붙잡아줬습니다. '고기수확'도 담당하던 녀석들이었죠.

당시 토토낙들의 왕 '시코메코아틀'은 사람 잡아먹는 악의 제국 아즈텍을 벌하기 위해서 이세계에서 보내준 착한 사람들에게
감동했고, 식량이고 물이고 부족전사고 필요한건 다 내어주겠으며, 숙소 또한 제공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아 또한 베라크루즈에 노동력도 보태주고, 다른 세력으로부터도 보호해줄 것이고요.

외부세계의 인사답게, 말린체를 포함한 다양한 경로로 토토낙 말을
통역할 능력이 되었던 코르테스 일행은 토토낙을 '스페인의 첫 동맹'이라고 선언하고,
절대로 서로 해치지 않겠으며 일이 끝난 뒤에도 많은 부가 주어질 것이라고 약속했지요. 크으, 약속 잘하는 것도 능력입니다.

(아주 사소한 이야기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자기들끼리는 그를 배은망덕하게도(?)
'고르도' 그러니까 '뚱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허허 그냥 언어가 생소해서 이름이 잘 안 외워져서 그랬나보죠~)

'시코메코아틀'은 이 기회에 아즈텍 제국의 대략적인 판세에 대해서 알려줬습니다.
아즈텍이라는 제국은 거대도시 테노치티틀란을 중심으로 하는 3도시 연합으로,
자신의 시민들을 어릴때부터 훈련시켜 막강한 군사력으로 수많은 다른 도시국가들을 복속한 다음, 자신들의 지배에 필요한

con-15

[막대한 규모의 '고기 사냥'을 통해서 반항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가축으로 기를 수 있는 짐승 (소, 돼지, 말)이 존재하지 않는 아메리카 대륙이었기에,
늦게까지 사람을 제물로 쓰는 인신공양이 남았던 것입니다만,
오히려 약자들의 젊은이를 소모시키고, 인구를 줄여서 패권을 유지하는 핵심 통치수단으로 '고기'를 확대했던 것이었습니다.
중앙의 3도시들 말고는 다들 불만이 가득했지만, 이미 아즈텍의 패권에 협조해서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는 우호세력도 많았고,
다른 국가들은 저항을 산발적으로 하면서 어떻게든 더 유리한 협약을 맺으려고 했지만 그러다가 '토벌'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코르테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친구들이라면,
영토가 아즈텍에게 둘러싸여 계속해서 공격받는 '틀락스칼란'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아즈텍 제국을 성립하는데 테노치티틀란에게 큰 도움을 줬지만,
공신은 커녕 그냥 속국 취급을 받아서 기회만 엿보는 '우에쇼친코'도 있었고요.
아니 사실 이 이야기를 전해주는 토토낙 사람들, 그리고 이 조언에 다른 조언도 앞으로 더해줄 다른 부족들...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이들의 굴레를 끊어주려면 어디선가 외부에서 외계인이라도 떨어지면 안되었습니다.

어? 여기 그 외계인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이 이야기를 아주 말똥말똥하게 들으면서 '그렇구만...'이라고 생각하고 계획하는 외계인이요.
진짜로 우주선이라고 타고 왔다가는 지구가 두편으로 싸우다가 멸망했을 그런 존재가 코르테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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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외계인을 어느 정도는 꿰뚫어봤지만 결국 당해버릴 황제도 있었고요]
당시 아즈텍의 황제 몬테수마 2세는 코르테스의 원정대가 상륙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이 막강한 외세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습니다.
모든 멕시카 사람들을 수호하는 우이칠로포치틀리에게 맹세코, 제국이 끝장난다면 저들 때문이었습니다.

번개를 쏘는 막대기, 사람을 달려와서 죽여버리는 네발달린 짐승, 강력한 갑옷도 문제였지만
더더욱 두려운 것은 이들이 그러지 않아도 느슨한 아즈텍 제국의 구조에 근본적인 균열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르테스와 수백명의 스페인 병사들은 충분히 '구심점'이 되어줬습니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었고,
코르테스는 아즈텍들의 적이 외치는 '돈 많고 고기 많은 악의 제국 무찌르자'가 맘에 들었거든요.

자 여러분이 몬테수마 2세라면 여기서 어떤 판단을 해야했을까요?

제국이 붕괴할 위기라는 것을 몬테수마 2세는 알고 있었던 것이었으니, 행동이 필요했습니다.
몬테수마 2세는 놀랍게도 정답일 수도 '있었던' 선택지를 고릅니다.
적을 무찌를 수 없다면, 더 쉬운 방법이 있지요. 같은 배를 타면 되지 않겠습니까?

황제는 자신들의 관리를 죽여버린 토토낙과 어울려 놀고 있는 코르테스에게 공식적인 사절단을 보내서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으로 막대한 황금을 약속하면서 초대를 하게됩니다.
"그대들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이 곳에서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야, 꽤나 철학적인 소개문구네요?

역사가 스포일러 해주듯이 결론적으로는 아주 끔찍한 판단이었습니다만,
애석하게도 가장 잘못된 판단도 아니었다는 점이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황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강력한 이방인들이 주변 '인간농장'들을 오가면서 '반 아즈텍 연합'을 만드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에 묶어두고, 수상한 짓이라도 한다면,
그래봤자 고작 수백명인데. 인구가 수십만에 달하는 대도시를 살아나가진 못할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코르테스와 일행들에게는 정말로 좋은 제안이었습니다.
한 제국을 어떻게 무너트릴지 셈법이 복잡했을텐데 알아서 스스로 초대라니요.
신께서 도와주시는건지, 기약없이 늘어질 싸움보다는 훨씬 나은 방법이었습니다.

con-16

[토토낙의 땅을 지나서 콩키스타도르들은 틀락스칼텍 사람들의 땅, 틀락스칼란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테노치티틀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지 않는 것이 지도에서 보이듯이
사실 이들은 같은 아즈텍의 멕시카 사람들과 같은 나우아틀 계통의 사람들이 다른 부족들과 뭉친 지역이었습니다.
아 여기서 뭉쳤다는 말은, 멕시카가 제국을 세워버리자 어떻게든 옆동네에서 경쟁하면서 버티다가
결국 코르테스가 올 시점에는 이만큼의 땅만 남아서 죽어라 항쟁하고 있었다는 뜻이었습니다

확고한 목적지도 있겠다, 병력도 한정되어있겠다.
틀락스칼텍 사람들이 별 문제 없이 지나가게만 해준다면 피를 보지 않고도...

이런, 틀락스칼텍의 장군 '시코텐카틀 (토토낙의 '고르도'와 이름이 비슷하게 들리지만 다릅니다)'의 입장에서
소식을 들어보자니, 어떤 매우 위험한 군대가 아즈텍의 속국이었던 토토낙 사람들의 지원을 받아서
테노치티틀란에 갈려고 틀락스칼란을 지나가고 있다네요?

원주민이 좀 조용해도, 행군이 순조롭다싶더니 바로 야간기습이 시작되어서
스페인 원정대와 토토낙 병사들은 무자비한 공격에 노출되고 맙니다.
비록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을 시작했지만,
시코텐카틀이 이끄는 군대는 '죽기 싫어서' 어마무지한 무용으로 싸웠습니다.

아즈텍에게 패배하면 먹히잖아요. 이게 앞으로 유용하게 쓰일 틀락스칼텍의 정신이었습니다.

혈전 끝에 기습을 뚫어내고 병력을 재정비하면서 코르테스가 돌아보니 정말 끔찍했습니다.
병력의 1/5에 (약 500명으로 시작해서 이쯤에 약 400명이 됩니다), 더욱더 치명적으로 말들이 많이 부상을 입고
여태까지 따라오던 토토낙 전사와 짐꾼들마저 당하고 맙니다.

시코텐카틀의 군대 역시 그러나 많은 피해를 입은 상태였고, 계속해서 조금만 더 열심히 싸우면
이방인들을 완전히 끝내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부족 원로들을 설득하고 있었지만,
이 외부의 존재들은 토토낙 사람을 부리는 등, 서로 언어가 통하는 정황이 보이자
틀락스칼텍 사람들은 일단 대화나 해보자는 의견도 꽤나 상당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께서 (여기도 이름이 시코텐카틀입니다) 슬슬 노령으로 업무를 보시지 못하자
이제 공동으로 업무를 보면서 부족의 모든 전쟁을 통솔하게 된 '총사령관'이자
(전근대 부족국가들이 그랬듯이 본래 임시직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틀락스칼란은 워낙 생존전쟁이 길어지다보니 이제 2대 세습이 일어나는 모습이었죠) '전쟁군주'였던 시코텐카틀은
당연히 자신의 판단을 따라주지 않는 부족민들이 자신이 어리다는 이유로 나약하게 나온다고 생각했기에, 이를 묵살했습니다.

그러자 아즈텍에 대항한다는 것말고는 다양한 부족으로 묶인것에 가까운 이들은,
시코텐카틀이 조언을 듣지 않는것 같자 그냥 짐을 싸고 자신들의 땅으로 돌아갔습니다.
잠시후 병사가 반토막 이상이 나버린 그는 자신과 비슷하게 젊은 (30대) 코르테스를 마주 보면서 협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코르테스에게도 이번 협상은 정말 중요한 기회였습니다. 해안가에서 마야 사람들을 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전쟁이었습니다.
부하들은 벌써 배가 없으면 만들어서 도망이라도 가자고 떠들고 있었고, 시코텐카틀의 군대가 계속 괴롭히는 바람에,
아무리 토토낙 짐꾼들이 조심스럽게 식량을 조금씩 사와도 곧 굶을 시기였습니다.
스페인 사람도, 총도, 말도 당분간 보충은 없었고요. 여기서 벌써 쓰러지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요?

물론 우리의 주인공은 그걸 표정에 드러내지 않을려고 노력했습니다.
시코텐카틀은 그에게 한방, 아니 그 이상을 먹였고, 코르테스는 회의를 시작하고 전투를 멈추기 전에
부관들에게 명령을 내려서 큰 부상으로 죽어버린 말들을 깔끔하게 묻어버리라고 일러둔 상태였습니다.

이 젋은 원주민 장군은 외부인들이 부리는 네발 살인 짐승들이 창에 찔리거나 활에 맞아도 죽지 않는다는 헛소문을 믿었을까요?
코르테스 또한 그가 표정을 상당히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선물이 교환되고, 평화에 대한 약속이 나왔지만,
그의 표정은 좋게말해줘도 오묘했죠.

아주 맘에 안드는 첫만남이었지만, 애석하게도 통역사를 사용한다면 서로 말이 통했고,
또 애석하게도 둘이 싸워서 이득을 볼 것은 아즈텍 제국뿐이었습니다.
아버지 시코텐카틀은 아들을 질책했고, 자신의 딸을 코르테스에게 내주고
(아들 시코텐카틀보다 손위인지 아래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공식적인 동맹관계를 가지도록 하지요.
이 남매 역시 코르테스의 아내 말린체처럼 중요한 일을 일으킬 것이었습니다.

토토낙의 전사들 역시, 교역으로 다져진 훌륭한 길잡이들에 뛰어난 짐꾼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고기 제국의 목구멍에서 들어가지 않을려고 처절하게 싸우던 틀락스칼텍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들 역시 군대를 일으켜서 테노치티틀란으로 향하는 코르테스 일행을 호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길안내는 조금 돌아서 가는 길인 '촐룰라'로 향하게 됩니다.

이야 원래 틀락스칼텍이랑 같이 아즈텍 상대로 싸우다가 항복해버리고 이제는 편을 바꿔서
쳐들어올 때 군사기지를 제공해주는 촐룰라요!? 왜 하필 굳이 여기로 왔을까요.
일단 틀락스칼텍 길잡이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con-28
['이 근방에서 촐룰라만큼 크고 풍요로운 도시는 없습니다.]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모잘랐던 식량만큼을 더 구할려면 이곳이 적격입니다.'

몬테수마 황제의 사신들이 또 선물을 들고 (겸사겸사 염탐도 할겸) 코르테스를 방문했을 때도
'틀락스칼텍의 호위를 받으며 촐룰라를 통해서 테노치티틀란으로 갈테니 그리아쇼.'라고 친절하게 공유도 해줬습니다.

그래서 막상 촐룰라에 가봤더니, 아니 환영을 안해주네요?
밥은? 밥도 안 내준다고 합니다. 재워는 주겠다지만 영 느낌 쎄하죠?
멀리서온 이방인들하고 토토낙 사람은 괜찮지만,
여태까지 계속 싸우던 원수 틀락스칼텍은 도시 안에 못 들어오고 멀리 주둔지를 쓰랍니다.

더 거슬리는 점은 몬테수마의 관리들이 자꾸 오가면서, 뭐 상대적으로 테노치티틀란과 가깝고 여기는 친-아즈텍 도시이기도 합니다만,
코르테스 본인을 손님으로 만나주는 것도 아닌데 촐룰라 도시귀족들을 불러서 상의하고,
어째 대화를 나눌때마다 대우가 안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촐룰라 사람들도 할 말은 있었습니다. 코르테스가 틀락스칼란에서 출발하기 전에,
틀락스칼란 귀족들의 조언에 따라서 촐룰라의 높은 귀족들을 먼저 초대했는데,
'여태까지 전쟁하던 적의 한복판으로는 귀족들이 틀락스칼텍 야만인들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서 못 갑니다.'라고
항의를 했었고, 코르테스는 이 기회에 아주 화해를 해야한다는지, 아니 아주 혼내줘야한다니 (상호모순되는 말이네요?)
요구하는 틀락스칼텍 장로들을 무르고, 두 세력의 기싸움에 복잡하게 끼지말고 일단 촐룰라로 일단 가기로 합니다.

출발부터도 이렇게 어수선했는데, 도착한지 3일만에 분위기가 아주 최악을 달리고 맙니다.
혹시나 해서 멀리 자리를 핀 틀락스칼텍 진영에 가서 '사태가 심상치 않아지면 달려올 것'이라고 말해두려는데,
토토낙 짐꾼, 말린체, 틀락스칼텍 병사들까지 "이거 분위기 심상치않습니다."라는 뜻의 보고를 올려버립니다.

토토낙 사람들이 본건 이들이 무기를 무기고에서 꺼내서 나눠주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곳이 본래 군사도시는 맞지만, 틀락스칼텍을 이 시기에 토벌할 이유도 없었고, 되게 수상했습니다.

말린체는 대놓고 몇몇 촐룰라 귀족들이 다가와서 '몬테수마 2세께서 명령하신대로
도시가 외부인들이 잠들었을 때 기습할 것'이라고 전해줬다고 말했습니다.

이 와중에 틀락스칼텍 지휘관들은 "이런 도시에 오래 머무는게 큰일입니다.
원래부터 믿을 수 없는 족속들이죠. 저희도 이상한 징조가 너무 많이 보입니다.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등등 듣고 싶은 말을 골라서 해줍니다. (다만 촐롤라에 오자고 했던건 아즈텍측도 아니고 이들이었습니다)

결국 며칠이 지난 뒤 아침, 코르테스는 도시 지도자들에게 '우리가 떠나니 많이 안 바라고 아침에 성대하게 맞아주기나 할것,
건장한 장정을 짐꾼으로 빌려주면 더 좋겠음'이라고 통보합니다.
그래서 모여있는 스페인과 토토낙 군대 앞으로 (이쪽 문명 도시 중심부에는 꼭 하나씩 있는) 대신전 앞 광장에
촐룰라의 높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분위기가 특별히 이상한 것은 없었습니다.
아, 고별사를 말할 것 같았던 코르테스의 스페인 말이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는 것을 빼면요

"이 추악한 배신자들! 음모를 꾸미고서도 살아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느냐?"

스페인어를 모르는 사람조차도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말린체는 코르테스가 말하는 것을 멈추자 빠르게 나우아틀 말로 비난을 전달했습니다.
무슨 상황인지를 인지하자, 촐룰라의 귀족들 역시 자신들의 입장을 쏟아냈습니다.

"저들은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 아니 잠깐 통역이 이러시면 안되죠!
말린체가 직접 남긴 기록이 없어서 자세한 동기는 역사 속에 잊혀졌습니다만,
아즈텍 제국을 멸망시키는 목표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는 점이 여러 정황에서 드러납니다.

추측의 영역이지만, 노예로 팔렸던 자신의 경험이 아즈텍이 지배하는 중앙아메리카 전반에 대한 반감이 된 것이 아닌가
상상해보는 서사는 여러번 재생산이 되었습니다. 자주 그렇게 생각되었다고 무조건 진실인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촐룰라 학살'에서 말린체는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코르테스의 지시에 스페인 병사들의 '처형'이 시작되자, 이미 상의한 그대로 틀락스칼텍 병사들 또한 달려들었습니다.
3만에서 5만 정도 규모로 추정되는 촐룰라에서는 이 사건으로 인해서 최소 3000, 많게는 6000명 이상이 죽었습니다.
당연히 목표한 그대로, 귀족들과 건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간은 도시가 공식적으로 약탈이 시작되어
온갖 가정집까지 코르테스 휘하의 스페인과 틀락스칼텍 병사들이 들이닥쳐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한편 계속해서 촐룰라에 붙어있던 아즈텍 관리들은 당연히 코르테스의 소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이곳에서 사무를 보던 이들에게는 화가 미칠 것이었지만, 몇몇은 코르테스도 알 수 있게 '잠시 머물러 있는' 존재들이었죠.
스페인인들의 행동을 황제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요.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이 그들도 죽였냐고요?

con-23
어떤 판본은 이렇게 전합니다. 그들 중 두 명에게 말하기를 ["가라, 너희가 본 것을 황제에게 그대로 전해라."]

약탈은 짧게는 2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계속되었고, 코르테스는 병력을 다시 통솔해
테노치티틀란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누구도 그의 군세에게 허튼 짓을 할려고 굴지 않았습니다.
틀락스칼란을 떠난지 약 한 달이 지나서야, 그들은 황금의 제국 아즈텍 그 자체인 중심지, 테노치티틀란에 도착했습니다.

con-24
[양측은 예상보다 예의바르게 서로 인사를 하고 선물을 나누었습니다.]
베라크루즈에 상륙한 시점부터, 토토낙, 틀락스칼란, 그리고 촐룰라에 이르기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서로 알고 있지만,
각기 다른 이유로 굳이 상대방을 상기시키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각자의 세계에 대해서 허풍을 더해서 자랑했죠.
탐색전이 시작되었고, 다음 행동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었습니다. 아 그렇게 까지 안 걸릴려나요?

황제는 자신의 여러 궁전 중에서 한 곳을 코르테스 일행에게 넘어줬고, 틀락스칼란 병사들도 그곳에 모여있는걸 허락했습니다.
코르테스가 머물기 시작한뒤 일주일 뒤, 쿠알포포카라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소영주가
자신의 주민들에게 스페인인들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려 베라크루즈가 공격당하는 해프닝이 생깁니다.
스페인 사람도 다섯명이나 죽었습니다. 토토낙 병사들이 급하게 도망치는 바람에 적진 한복판에 버려진 탓이었죠.
포로로 잡혔는데, 포로는 '관례상' 인신공양이라고 죽여버렸습니다. 끔찍하지만, 좋은 기회였죠. 빨리도 찾아와줬네요.

코르테스는 이 기회에 '어찌 지방의 영주가 단독으로 이런 행동을 했겠는가? 황제가 부탁한 것이 틀림없다'라고 주장하여
황제의 해명을 요구하고,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그를 감금해버립니다.
도대체 이건 어떤 문화권의 관습이고 예의범절인지 모르겠는 상황에 당황해하는 몬테수마 2세에게
말린체는 성심성의것 통역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단호하게 덧붙였습니다.
"전하, 이들을 따라간다면 황제로서 살 것입니다. 그러나 거절한다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자신들의 왕궁에 황제를 가둬버렸고, 이제 아즈텍 제국의 모든 나랏일은
콩키스타도르들이 지켜보며, 옆에서 한마디씩 거드는 상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당연히 들어오는 보고도 같이 들었고요.
상황이 이렇게 되었지만, 막상 몬테수마 2세 본인은 '그래도 내가 스페인인들을 통제하고 있다. 모든게 계획대로 되고 있다'라고
납득해주면서 주변 아즈텍 인사들에게 안심하고 경거망동하지 말 것까지 알아서 부탁했습니다.

'촐룰라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지만, 그거야 틀락스칼텍놈들의 선동질이었고, 아직 나에게는 제국이 있다.
그리고 틀락스칼텍보다는 내가 더 매력적인 동맹상대이고 제시할것도 너무나도 많지...'라는 오만이었을까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 같아도, 바뀌는 상황을 보지 않고 처음의 기발함에만 매달리면 큰 일이 일어나는 법이죠.

아니면 음, 그냥 멘붕이 올 상황이긴하네요. 그래도 중간에 사냥을 나갔다거나, 딱히 제국의 행정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던가,
은근 속터놓고 통역을 통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던 것을 보면, 그냥 정복자들이 대단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러면서도 계속해서 이런저런 요구를 계속 넣으면서 황금이고 유물이고 계속해서 갈취하고 있었습니다.

자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는 꼭두각시 황제도 확보를 했겠다.
모든게 끝난게 아니겠습니까? 계속 금을 뜯어내서 본토로 보내도 되고,
사실 뭐 왕이 고분고분하니까 그냥 망한거라고 봐도 되지 않나요?
이야 조만간 '아즈텍은 스페인에 복속됩니다'라고 종이 하나 받아줘서 지장 찍으면 그만이겠네요.

하지만 이때 쿠바 총독부에서 '코르테스와 탈영병들'을 잡기 위해 파견한 '체포대'가
'셈포알라'를 점령하고 난동을 부리고 있다고 우리의 '뚱보'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이야기에서 잊혀질뻔한 쿠바 총독의 다른 측근 판필로 데 나르바에스의 병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군세의 크기는 소식에 따르면 무려 1200명이나 되었습니다. 구대륙이었다면 한줌의 병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코르테스에게는 고작 사백명의 병사가 남았습니다.
대다수의 싸울 수 있는 스페인인들은 코르테스를 따라서 다시 왔던길을 되돌아 베라크루즈로 달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con-22

[수십만명의 식인종의 도시에 백명도 안되는 스페인 사람들이 남았습니다]
흐흐흐,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사실 이 시점부터 좀 뒷 이야기를 잠깐 다룰려고 시작한 글이었는데,
분량조절 실패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코르테스의 모험 자체가 워낙 통상적인 정복이나
전쟁과는 다르다보니 앞뒤 설명이 길어져서 결국 이렇게 상편이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아즈텍은 멸망할만한 사악한 제국이었지만, 중남미 문명 자체가 아주 끝나버린 것이 아쉬운 이유는,
아즈텍과 멕시카 사람들말고도 다양한 세력과 군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알아보면 다들 매력적인 존재인데 말이지요.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갈수 있었던 진정한 '세계인' 코르테스도 참 대단하다싶습니다.

나중에 다뤄볼 '곤살로 피사로'의 경우에는 정말 소설 '어둠의 심연'처럼 반반하고 잘생겼던 미청년이
자신의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세계에 떨어진 다음에 금과 살육에 취해서, 인간이 아닌 괴물로 타락한다는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의 에르난 코르테스는 그보다는 좀더 가벼운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쪽도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고, 한 세계가 멸망할 것이지만요.

이미 역사 교과서가 결말을 다 말해준지 오래입니다만, 후반부의 전개가 더 극적이고 재미있습니다.
기대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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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3 02:2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법원
22/09/13 04:1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재미있군요-!
sionatlasia
22/09/13 04:52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매번 다른분이 써주시는 아즈텍글을 읽으면서 느끼는거지만 코르테스는 그래도 참 합리적이고
의리 있는 개새끼라는 느낌이 듭니다 크크크
자기가 한 말은 왠만해서는 끝까지 지켜주더라고요. 심지어 그 당시로는 심각한 결격사유인 이교도인에게까지.
메타몽
22/09/13 14:06
수정 아이콘
현 시대 기준으로 봤을 때 의리 있는 개새끼니

그 시대 기준으로 보면 의리남, 스윗남, 자상한 남편 이었을꺼 같습니다 크크크
22/09/13 19:44
수정 아이콘
다른 콩키스타도르들 이야기는 진짜 끔찍하고 허무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코르테스는 그 중에서 그나마 기사도 소설을 혼자 쓴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도 하필이면 평화롭게 살던 원주민의 이미지하고는 맞질 않으니까 본인에게도 참 후대에 이름 남기에 최고의 조건이네요!
22/09/13 06:24
수정 아이콘
선추천 후정독
22/09/13 06:52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기준에서 인생 난이도 측면에서 오자서에 비해 약간 쳐지지만 영화 평으로 따졌을 때 별 5 개정도는 충분한 인생 아니였나 싶어요.
22/09/13 19:42
수정 아이콘
오 저는 댓글에서 오자서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봤는데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와신상담의 부차의 이야기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그 앞뒤 이야기의 중심인물이라니... 이야 나중에 한번 저도 깊게 알아보고 싶어집니다
안수 파티
22/09/13 06:54
수정 아이콘
코르테스의 정복기(?)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프리프
22/09/13 09:17
수정 아이콘
크으 이세계용자 너무 강력하다
及時雨
22/09/13 09:22
수정 아이콘
호호 꿀잼꿀잼꿀잼이야 감사합니다 속편 빨리 써주세요!
국립중앙박물관 아즈텍 특별전이 얼마 전 끝났는데 이 글 보고 갔으면 더 좋았을걸!
22/09/13 09:33
수정 아이콘
역씌 파스님이다. 지금보시믄 아쉬겠지마는 파스님의 글쓰는 메카니즘은 상당히 조크든요? 보세요 긴장없이 키보드를 댕긴그 그튼데 이렇게 글빨이 좋스니까. 즈응말 글 잘써요. 즈는 이릏게 평가를 해요. 마이너한 역사글에서는 쇄계 최정상급의 슨슈다.
메가트롤
22/09/13 09:41
수정 아이콘
결제하면 후편 바로 나오나요?
비상하는로그
22/09/13 10:04
수정 아이콘
더 줘..
더주라고!!!크크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쥴레이
22/09/13 10:28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aDayInTheLife
22/09/13 10:46
수정 아이콘
후편 빨리 내놓으시죠. 크크
콩키스타도르의 역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나무위키만 봤지만) 뭔가 여기는 우당탕탕의 느낌이 나는거 같아요. 계획적이고 치밀한 정복 전쟁의 계획보단 임시방편과 묘수충의 냄새가 난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그 여파는 끔찍했지만..
파다완
22/09/13 10:56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봤습니다. 더 주십쇼!
응큼한 개구리
22/09/13 11:10
수정 아이콘
선생님... 결제버튼이 안보여요! 복어의 심장 님께 문의드리면 되나요
22/09/13 11:24
수정 아이콘
너무 좋네요
여수낮바다
22/09/13 12:23
수정 아이콘
후속작 가즈아 빨리빨리 미리감사합니다
신천지는누구꺼
22/09/13 12:23
수정 아이콘
중요한곳에서 끊으시면 흐어어
22/09/13 13:04
수정 아이콘
후반부는 여기저기서 봤는데
전반부를 자세하게 본건 처음이네요 크크
22/09/13 13:20
수정 아이콘
신대륙이 정복당할 것은 시간 문제였겠지만 이렇게 쉽게 넘어갈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운이 좋으면 별일이 다 생기네요
22/09/13 13:37
수정 아이콘
'코르테스펀치가 되어줘'
코르테스펀치! 코르테스펀치!

그는... 신이야!
22/09/13 19:46
수정 아이콘
'파이어 펀치'스러운 제목을 제가 정한 이유는, 사실 그 만화의 '연기'와 '역할'이라는 소재를 코르테스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탐욕스러운 제국주의자였지만, 구원자라는 포지션을 이세계의 지정학에 맞춰서 바로 이끌어내고 그대로 이루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라이징패스트볼
22/09/13 13:4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 그런데 링크란이라는게 어디 있는 건가요?
22/09/13 19:39
수정 아이콘
앗!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두개로 쪼개면서 이런저런 편집 오류가 있어서 고치고 있습니다. 링크 또한 추가하겠습니다!
메타몽
22/09/13 14:06
수정 아이콘
ㅓㅜㅑ 잘 읽었습니다

얼른 다음편! 다음편!!

그리고 링크가 삽입이 안된거 같은데 추가 부탁드립니다
22/09/13 19:45
수정 아이콘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르게 링크 추가하고 다음편을 마저 써오겠습니다~
22/09/13 14:25
수정 아이콘
코르테스 펀치! 코르테스 펀치!
AaronJudge99
22/09/13 16:02
수정 아이콘
저는 멕시코의 민족적 정체성도 되게 흥미로웠습니다
악당 스페인에게서 독립하고 나라를 세운 건 좋은데
우리의 ‘근본’을 찾아야 했고 찾다보니 아즈텍 문명을 기반으로 잡은거 같더라구요
근데 아즈텍은 분명히 사람 잡아먹는 악랄한 제국이었는데
공교육에서 그런 면을 어떻게 다루나 궁금해졌습니다
원래 공교육이란게 자국 역사를 적당히 금칠하는 경향이 있긴 한데…
그럴수도있어
22/09/13 18:11
수정 아이콘
분량조절에 계속 실패하지 않으시면 아즈텍의 전통에 따라..
아무르 티그로
22/09/13 18:38
수정 아이콘
[곤살로 피사로, 판필로 데 나르바에스]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인가 했더니,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 갑판 닦이로 고용한 친구들이네요 크크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후속편 얼른 보내주세요
22/09/13 18:43
수정 아이콘
시미까깐! 시미까깐!! 시미까깐!!!
-안군-
22/09/13 19:07
수정 아이콘
선생님 선결재 버튼이 안보입니다?
깃털달린뱀
22/09/13 22:52
수정 아이콘
스페인의 중남미 정복사나 영국 인도 정복사를 볼수록 '아무리 공고해 보이는 질서란 것도 결국 외부의 충격에 의해 이다지도 쉽게 붕괴되는구나' 하는 감상이 들어요.
당장은 잠자코 내부에서 저항하지 못하고 현재 질서에 순응해서 질서 유지에 한몫 하는 각 개별 주체들도, 자그마한 상황 변화만으로도 칼을 거꾸로 잡고 그 탄탄해보이던 균형을 단숨에 쓰러뜨린다니. 이 사회란 결국 거대한 모래성이 아닌가 시프요. 그걸 다 때려 부수는 게 아니라, 작고 취약하지만 중요한 한 부분만 날려버리면 전체가 붕괴해버리니...

어쩌면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정말 현대인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어처구니 없는 국제정세가 펼쳐질지도 모릅니다?? 걔네가 아무리 미약한 애들이라고 해도요.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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